수십 년 동안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성공적인 배우 활동보다 스크린 밖의 생활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던 대스타였어요. 메가스타였던 리처드 버튼과의 2번의 결혼을 비롯해 그녀가 했던 8번의 결혼은 10대 시절부터 그녀를 영화 잡지와 타블로이드의 기삿거리로 만들었어요.
런던 햄스테드에서 미술중개상인 미국인 프랜시스 렌 테일러와 연극배우 출신 세라 비올라 웜브롯 사이에서 1932년 2월 27일 태어났으며 형제자매로는 오빠 하워드가 있어요.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은 할머니의 이름을 땄다고 해요. 대중들에겐 리즈(Liz)로 자주 호명되었지만, 테일러는 어린 시절 오빠가 놀리던 별명으로부터 유래된 이 애칭을 싫어해 테일러와 가까운 사람들은 가급적 엘리자베스라고 불렀다고 해요.
영국에서 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기 때문에 출생 때부터 미국과 영국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버지 쪽 가계가 미술중개업에 종사한 덕분에 미술품에 조예가 깊었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두 살 때부터 교양 목적으로 발레와 노래 교습을 받았고, 네 살 때부터 승마를 익혔으며, 왕족들과 학교를 다녔어요.
테일러는 아기 때부터 빼어난 외모로 근방에 소문이 자자해 할리우드 진출을 자주 권유받았지만, 부모님은 딸을 연예계에 내놓는 걸 선뜻 내켜하지 않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과 레트의 딸 보니 역할 제의도 거절해 버렸다고 해요. 그러나 테일러의 연기 활동이 아직 가족들에게 많이 낯선 미국 사교사회에 녹아드는 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이 서자 1941년 테일러가 9살이 되었을 때 영화사와 계약을 체결해요.
테일러는 1942년 10세 때 배우로 데뷔했으며 12살에 <녹원의 천사>에서 아역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는데요.
이 영화는 테일러의 첫 주연작이에요. 남장을 한 채 애마에 올라 장애물 경마에 나가는 소녀의 이야기인데요. MGM은 승마와 영국식 억양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인공 역 조건에 맞는 어린 여배우를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고 해요. 테일러를 가까스로 캐스팅 한 뒤 아직 체격이 작아 원작 주인공에 어울릴 만큼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요. MGM이 몇 달 기다려주는 동안 테일러는 승마를 더 연마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해요. 이미 MGM의 간판스타였던 미키 루니와 함께 출연했는데, 이 영화는 루니의 대표작이기도 해요. 그녀는 여러 번 청소년 역할로 출연하다가 1950년 <신부의 아버지>에 출연했는데, 공교롭게도 그해는 그녀가 첫 번째 결혼을 한 해이기도 해요. 개봉 직전 있던 니키 힐튼과의 결혼식 비용을 MGM에서 대주었다고 해요. '신부'라는 이미지로 연계된 이 영화의 홍보에 써먹기 위해서였는데요. 테일러에 대한 이런 MGM의 고 투자는 보답받았다고 해요. 1950년에 가장 흥행한 영화 중에 하나이거든요. 1년 후 그녀는 비극적인 1951년작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작 <젊은이의 양지>에 아름답고 열정적인 여성으로 출연하면서 성인 배우로서 이미지를 다졌어요.
2001년까지 50편의 영화와 드라마, 미니스리즈, 성우로 출연한 것까지 합치면 80여 편을 찍었어요. <자이언트>, <클레오파트라>,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버터필드 8>도 대표작이에요. 특히 개봉 당시 실제 배우자였던 리처드 버튼과 함께 출연한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에서 실감 나게 막장 부부 연기를 보여준 게 유명하죠.
평생 연기 수업 한번 받은 적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되었음에도 처음부터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출연했던 작품 제목대로 태어났을 때부터 미모와 돈, 연기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여성이었지만 타고난 조건들이어서 그랬는지 이 모든 것에 그다지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며 살았고. 모두가 꺼리던 HIV/에이즈 인권 운동에 앞장서면서 처음으로 삶에 목적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그녀는 4년 연속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는데, 그중에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울적한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와 <지난여름 갑자기>도 있어요. 그녀는 4번 만에 <버터필드 8>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어요.
존 오하라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버터필드 8> 이후 그녀는 3년 간 떠들썩한 나날을 보내면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어요. 그 시기 동안 그녀는 연이은 건강 문제로 고전했고 <클레오파트라>라는 형편없는 작품에 출연했어요. 그녀의 출연료는 100만 달러와 영화 수익금의 10%를 개런티로 받으면서 그때까지 여배우들 중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게 되었어요. 이 작품은 44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20세기 폭스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가져다 부었어요. <클레오파트라>를 찍는 동안 유부녀였던 테일러와 함께 출연했던 유부남 버튼의 외도가 널리 공개되었어요. 그들의 사랑은 바티칸으로부터 질책을 샀고, 에디 피셔와 했던 4번째 결혼 생활을 끝내면서 1964년 버튼과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들은 1974년에 이혼했고, 1975년에 재결합한 후 1976년에 다시 이혼했어요.
테일러는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영화화한 동명 영화에서 버튼의 상대역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어요. 여러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테일러의 연기 중 가장 탁월한 것으로 꼽아요. 그녀 또한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캐릭터 형성을 위해 일부러 10kg가량 살을 찌우고 목소리를 낮추고 자세를 바꾸며 자신의 존재를 전격적으로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1970년대에 평범한 영화에만 출연한 테일러는 1980년부터는 비교적 적은 수의 영화에만 출연했고, 80년대 중반 절친이었던 록 허드슨이 에이즈에 걸리자 에이즈 연구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1985년 허드슨이 UCLA 메디컬 센터에 입원해 있을 때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기자들을 따돌리며 병문안을 다녔고, 허드슨의 주치의이자 1981년 학계에서 에이즈를 신종 질병으로 최초 규명했던 면역학자 마이클 S. 고틀립을 만나 설명을 듣기도 했다고 해요. 그해 9월엔 최초의 에이즈 모금행사인 Commitment to Life를 조직하고 주관했어요. 그리고 허드슨이 죽기 전날밤 뼈 밖에 남지 않은 그의 몸을 보면서 내 모든 생명력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이 병이 뭔지 밝혀내고 아예 절단을 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결국 10월에 허드슨이 사망하고 비슷한 시기 친딸처럼 여기던 며느리 에일린 게티마저 에이즈에 걸리자 에이즈 정복에 사활을 걸었어요. 테일러는 에이즈를 향한 사회의 거대하고 요란한 침묵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어요. 테일러는 AIDS Project Los Angeles(APLA)로 처음 재단 활동을 시작해 캘리포니아주를 기반으로 하던 National AIDS Research Foundation(NARF)의 이사진에 합류했다가 전국 규모 단위의 에이즈 연구 자선단체 앰파를 공동 창설했어요. 앰파는 이후 전 세계 3300개의 에이즈 연구팀을 후원했고, 앰파의 설립 기금엔 록 허드슨이 이를 위해 유언장에 지정해 놓았던 250000달러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테일러가 앰파를 통해 이룬 업적은 의학박사 마틸드 크림의 노고와 함께 HBO 다큐멘터리 The Battle of amfAR에서도 조명된 바가 있어요.
이와 같은 공로들을 인정받아 1987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어요.
1991년 맨해튼 기반의 예술단체 Visual AIDS는 HIV/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연대 메시지를 표명하는 빨간 리본을 만들었고, 현재 쓰이고 있는 다른 모든 비슷한 캠페인 리본들의 원주가 되었어요. 이 단체의 사무총장 넬슨 샌토스에 따르면 빨간 끈을 한 번 겹쳤을 뿐인 이 리본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착용한 순간, 국제적으로 유명한 에이즈 연대 메시지의 상징이 되었다고 해요. 테일러는 이 리본을 거의 몸에서 떼지 않았다고 해요.
2011년 사망했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보라색 눈으로 유명한 고전 할리우드 시대의 전설적인 배우예요. 30년 가까이 출연작들을 크게 흥행시켰으며, 평생 세계적 명성과 인기를 누린 슈퍼스타이자 AFI 선정 가장 위대한 여성 배우 7위에 등극한 여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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